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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거인 The selfih giant (오스카 와일드)

작성자

최성옥

작성일
조회

9

 

이기적인 거인'The selfih giant

(오스카 와일드)

 

 

매일 오후,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으레 거인의 정원으로 가서 뛰놀곤 하였다. 그곳은 부드러운 초록 잔디로 덮인 넓고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여기 저기 잔디 위에는 예쁜 꽃들이 별처럼 피어 있었고, 12그루의 복숭아나무가 봄에는 분홍빛과 진주빛으로 은은하게 만발하였고 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새들이 그 나무 위에 앉아 노래할 때는 매우 사랑스러워 놀이하던 아이들도 멈추어 그 소리를 들었다. “여기 있으면 정말 행복해!” 아이들은 서로에게 외쳤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인이 돌아왔다. 거인은 그동안 콘월에 사는 친구 거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거기에서 7년 동안 머물렀었다. 7년이 지나자 그는 대화거리가 다 떨어졌다며 이제는 자신의 성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이들이 정원에서 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서 뭐하는 게냐?” 거인은 거친 목소리로 외쳤고, 아이들은 도망갔다.

 

내 정원은 내 정원이란 말이다. 그건 누구라도 알 수 있지. 나 말고는 누구도 여기에서 놀게 내버려 둘 수 없어.” 거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정원 주변에 높은 담을 쌓고 표지판을 세웠다.

 

<무단출입금지>

 

그는 매우 이기적인 거인이었다.

 

불쌍한 아이들은 이제 어디에도 놀 만한 곳이 없었다. 길에서 놀려고 해보았지만, 길에는 먼지가 많았고 딱딱한 돌이 가득했으며 아이들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고 정원의 높은 담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얘기하곤 했다. “거기서는 정말 좋았는데.” 하며 저들끼리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봄이 오자, 온 나라에 작은 꽃과 새들이 찾아왔다. 그러나 이기적인 거인의 정원만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아이들이 없었기에 새들은 정원에서 노래하려 하지 않았고, 나무들은 꽃을 피우는 걸 잊어버렸다. 한번은 예쁜 꽃이 잔디에서 머리를 내밀었지만, 그 표지판을 보자 아이들이 가여워 도로 땅속으로 기어들어 가 잠자리에 들었다. 이 상황을 반긴 건 눈과 서리뿐이었다. “봄이 정원을 잊어버렸네. 그러면 우리가 일 년 내내 여기서 살아야겠다.” 눈은 자신의 하얀 망토로 잔디를 뒤덮었고, 서리는 모든 나무를 은색으로 칠했다. 그리고서 그들은 북풍을 초대해 같이 머물자고 했고 북풍이 왔다. 북풍은 모피코트를 입고는 온종일 정원에 대고 으르렁거렸고 결국 굴뚝을 쓰러뜨렸다. 그는 말했다. “여기 즐거운 곳이구나. 우박도 놀러 오라고 해야겠다.” 그래서 우박도 찾아왔다. 매일 세 시간 동안 우박은 지붕을 내리쳤고, 결국 지붕 위의 석판이 대부분 떨어져 나갔다. 우박은 회색 옷을 입었고 그의 숨결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번 봄은 왜 이렇게 늦게 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거인이 창가에 앉아 자신의 차갑고 하얀 정원을 보며 말했다. “날씨가 바뀌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봄도 여름도 오지 않았다. 가을은 모든 정원에 금빛 열매를 가져다주었지만, 거인의 정원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거인은 너무 이기적이야.” 가을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그곳은 항상 겨울이었고, 북풍과 우박, 그리고 서리와 눈이 나무 사이로 춤을 추었다.

 

어느 날 아침 거인이 침대에 깨어 누워있는데,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감미로운지, 거인은 아마도 왕의 음악대가 지나가나보다 하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단지 창밖에서 작은 홍방울새 한 마리가 노래하는 것뿐이었는데, 정원에서 새 소리를 들은 것이 너무 오래되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인 것만 같았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에서 춤추던 우박이 춤을 멈추고 북풍도 폭풍우를 멈추자, 열린 창문으로 향기로운 냄새가 들어왔다. “마침내 봄이 왔나 보다.” 거인이 이렇게 말하고는 침대를 뛰어나와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가장 경이로운 광경을 보았다. 벽에 난 작은 구멍으로 아이들이 기어들어 와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이다. 보이는 나무마다 아이가 한 명씩 앉아있었다. 나무들은 아이들이 돌아온 게 기뻐 꽃으로 몸을 장식했고, 아이들의 머리 위로 온화하게 가지를 흔들어대었다. 새들은 날아다니며 기쁨에 지저귀고 꽃들은 초록 잔디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웃고 있었다. 그것은 사랑스러운 장면이었으나 한쪽 모퉁이는 여전히 겨울이었다. 그곳은 정원의 가장 끄트머리 모퉁이였는데, 작은 소년 하나가 거기에 서 있었다. 소년은 너무 작아서 나뭇가지에 손이 닿지 않았기에 나무 주위를 배회하며 슬프게 울고 있었다. 불쌍한 나무는 여전히 서리와 눈으로 덮여 있었고 북풍이 그 위에서 으르렁거리며 바람을 불고 있었다. “꼬마야, 어서 올라와.” 나무는 이렇게 말하며 가지를 구부려 몸을 최대한 낮추었지만, 소년의 키는 너무 작았다.

                    

창문 밖을 내다보던 거인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말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이기적이었는가! 왜 봄이 오지 않았는지 이제야 알겠어. 저 불쌍한 꼬마를 나무 꼭대기에 올려주고 벽도 허물 거야. 그리고 정원도 영원히 아이들의 놀이터로 만들어야지.” 그는 그동안 그가 한 일을 후회했다.

 

그래서 거인은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가 현관문을 살며시 열고는 정원으로 나갔다. 그러나 아이들은 거인을 보자 너무 놀라서 모두 도망가버렸고 정원은 다시 겨울이 되었다. 단지 그 꼬마만 눈물이 앞을 가려 거인이 오는 것을 보지 못했기에 도망치지 않았다. 거인은 꼬마 뒤로 조용히 다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는 나무 위로 올려주었다. 그러자 나무가 곧바로 꽃을 피웠고 새들이 날아와 나무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꼬마는 두 팔을 벌려 거인의 품에 와락 안기고 입을 맞추었다. 거인이 더는 나쁘게 굴지 않는 것을 본 다른 아이들이 뛰어 돌아왔고 그러자 봄이 함께 찾아왔다. “꼬마들아, 이제 너희의 정원이란다.” 거인은 이렇게 말하고 커다란 도끼를 가져와 벽을 부수었다. 정오가 되어 시장에 가던 사람들은 그들이 본 것 중 최고로 아름다운 정원에서 거인이 아이들과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은 온종일 놀았고 저녁이 되어서야 거인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

그런데 그 꼬마 친구는 어디 있니? 내가 나무에 올려준 그 아이 말이다.” 거인이 말했다. 거인은 자신에게 입을 맞추어 준 그 아이를 제일 좋아했다.

우리도 몰라요. 그 앤 가버렸어요.” 아이들이 대답했다.

그 아이에게 내일 여기 꼭 오라고 얘기해줘야 한다.” 거인이 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아이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거인은 매우 슬펐다.

매일 오후,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이 놀러와 거인과 함께 놀았다. 하지만 거인이 사랑했던 그 꼬마는 다시 볼 수 없었다. 거인은 모든 아이에게 친절하게 대했지만, 그의 첫 꼬마 친구가 그리워 자주 그 아이 이야기를 했다. “그 아이를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몇 년이 지나고 거인은 매우 늙고 약해졌다. 더는 놀지 못하고 커다란 안락의자에 앉아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보았고 정원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꽃이 참 많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떤 꽃보다도 제일 예쁘다.”라고 그는 말했다.

 

어느 겨울 아침 거인이 옷을 갈아입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제는 겨울이 싫지 않았는데, 그건 단지 봄이 잠을 자고 꽃이 쉬고 있을 뿐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갑자기 거인은 눈을 씻고 놀라운 마음에 밖을 쳐다보고 또 보았다. 정말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정원 맨 끝 모퉁이 한 그루의 나무에 아름다운 흰 꽃이 만발한 것이다. 가지마다 금빛 은빛 열매가 맺혀 있었고 그 아래에 그가 사랑했던 꼬마 아이가 서 있었다.

 

거인은 너무 기뻐 계단을 뛰어 내려가 정원으로 나갔다. 그는 풀밭을 가로질러 꼬마에게 다가갔다. 아이 곁에 다다르자 거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말했다. “누가 감히 너를 다치게 한 게냐?” 아이의 두 손에는 못이 박힌 흔적이 있었고 그 작은 발에도 못자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너에게 이런 짓을 했느냐?” 거인이 외쳤다. “말해라. 내가 큰 검을 가지고 그를 죽이겠다.”

 

안돼요!” 아이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건 사랑의 상처에요.”

넌 누구냐?” 거인이 이렇게 말하고는, 이상한 경외심이 들어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이는 거인을 바라보며 미소짓고는 말했다. “언젠가 정원에서 내가 놀 수 있게 해주었으니 오늘은 나와 함께 나의 정원인 천국으로 가자꾸나.”

 

그리고 그날 오후 아이들이 뛰어 들어와 보니 거인이 하얀 꽃들로 뒤덮인 채 나무 아래에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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