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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작성자

이현선

작성일
조회

1,092

과연 아름다운 이별이 가능할까? 이별은 떠 올리기만 해도 슬픔이 먼저 마중나온다. 그래서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서로에게 마음을 다했다.

2016년 아버지께서 요관암 진단을 받으셨다. 다행히 서둘러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의사선생님은 예후가 좋지 않은 병이라셨다. 결국 3개월 만에 재발되었고, 2년 정도 사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께는 말씀 드릴 수 없었다. 더욱이 폐암 투병 중이신 어머니께도 말씀 드릴 수 없었다. 우리 다섯 남매만 수화기 넘어로 서로 눈물을 글썽였다. 항암치료 안 받으시겠다는 아버지를 설득해서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다행히 좋아지기도 하셨다. 그러나 더 이상 항암치료도 의미 없는 시간이 다가왔다. 아버지께서도 의사선생님께 당신의 상태를 정확히 들으셨다. 그래서 항암도 포기하셨다.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의사 선생님께로부터 죽음을 준비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아버지께서는 그 즉시 병원 원목실로 가셔서 스스로 병자성사와 마지막 고해성사를 받으셨다고 돌아가시기 삼일전 노자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해 주신 원목실 수녀님께 전해들었다. 이 소식을 들은 우리들은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 속에서 오열했다. 그러나 바로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바가 무언지 헤아렸다. 평소에 누군가를 데려다 먹이고, 나눠주기를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은 바로 일가 친척들과 함께 식사하시는 것이었다. 동생들은 서둘러 그 장소와 시간을 마련했다. 친척들을 초대해서 우리는 아름다운 이별파티를 열었다. 아버지의 일생을 PPT로 만들어 우리의 고마움을 전해드렸고, 공로장을 만들어 아버지의 우리에 대한 사랑을 기렸다. 우리는 울지 않으려 애썼지만 오신 모든 분들은 슬픔을 못이겨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아주 담담히 그 시간을 즐기셨다. 그리고 수녀 딸이 드린 성요셉께 드리는 임종을 위한 기도를 정성껏 바치셨다. “딱 5일만 아프면서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 할 수 있게 해 주시고, 내 장례를 위해 오시는 분들을 위해 좋은 날씨를 허락하시며......” 아버지께서는 그 기도문 대로 귀천하셨다.

돌아가시기 전 날 착하신 울 아버지는 가족들 모두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신 의사를 고개짓으로만 표현할 수 있었지만 당신 손으로 키우신 손녀들의 방문을 무척 기뻐하셨다. 아버지께서 깊이 사랑하신 어머니와 5남매가 모여 아버지와 마지막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아버지께 드리고 싶은 사랑과 감사를 모두 말씀 드릴 수 있었다. 울며 이야기하는 자녀들을 염려하시며 말씀도 못하시는 그분은 신음하듯 그렇게 울지 말라고 우릴 나무라셨다. 아버지 마음을 읽은 우리는 아버지곁에서 아버지와의 추억을 꺼내어 세 시간 동안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수녀딸로서 나는 돌아가시기 전 날 하루 종일 아버지 손을 잡아드렸고, 기도해 드렸다. 아버지께서는 당신 손을 잡고 있는 나를 통해 홀로가 아니라는 안심을 하셨을 것같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의 죽음이 참 복되고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나를 통해 위로를 받으셨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가족들의 위로가 되고 있었다. 내 의지와 지성의 작용이 아니라 수도자의 품위를 하느님께서는 지켜주셨다. 그렇게 나는 복되게 아버지를 보내 드릴 준비를 했으며, 아버지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아버지는 당신 마음에 겨자씨를 심으셨고, 우리는 그 그늘에 깃들여 행복을 누렸다. 이제 그 넓은 품은 하늘의 마음이 되어 다시 그 덕으로 지상의 우리를 품고 계심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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