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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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제양성소의 부활 인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우리 또한 많은 두려움과 제약 안에서 많은 부분이 움츠려 들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삶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생각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상호 연결성, 상호 관계성과 같은 부분이 얼마나 우리 삶에 필요한지 깨우쳐 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역사적인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저희 국제 양성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저희는 한 달 전부터는 미사를 드릴 수 없기에 말씀의 전례를 하고 있습니다. 국제 양성소를 방문 중인 총본원의 메리 케틀린 수녀님이 성주간, 부활 성야 전례를 맡아 주셔서 풍요로운 전례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성지주일에는 성지가지를 들고 각 나라별로 호산나 노래를 부르며 행렬을 했습니다. 비록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다양한 멜로디 안에서 주님을 환호하는 새로운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성 목요일에는 하가다 예식을 하면서 구약의 구원사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련자들이 하가다 예식을 위해 미리 빵을 굽고, 정원에서 나온 열매로 작년에 담근 과실주로 축복의 잔을 마련했습니다. 예식은 진지했지만 맛있는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는 행복은 감추어지지 않았지요.

하가다 예식 이후, 저희는 빈센트 홀(강당)에 모여 성 목요일 전례에 참석했습니다. 적은 숫자를 위해 강당 한 편을 아주 잘 꾸며서 세족례를 하고, 곧이어 말씀의 전례로 이어졌습니다. 비록 미사가 제정된 주님만찬미사는 드릴 수 없었지만, 잘 준비된 공간과 소박한 전례 안에서 정말 주님 제자들이 함께 모여 서로 화해하고 사랑의 잔을 나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 금요일에는 고요함 안에서 월피정을 했습니다. 오후에는 예수님의 죽음을 더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수련자들이 십자가의 길을 극으로 표현했습니다. 예수님 역할을 맡은 수련 수녀님은 로마 군사들에게 실제로 많이 맞았지만, 꿋꿋이 참으며 십자가 길에서 보여준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게 했습니다.

부활 성야에 저희는 창세기를 시작으로 탈출기, 이사야서를 통해 구원사를 듣고 마침내 예수님의 빈 무덤에 도착했는데, 케틀린 수녀님이 성경 봉독을 위한 장소를 재치 있게 선택해서 기쁨을 주었습니다. 탈출기는 정원에 있는 아주 작은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읽었고, 목마른 자들을 주님께서 물가로 초대하는 내용을 담은 이사야서는 작은 분수가 있는 성모상 앞에서 봉독되었습니다. 모기가 너무 많아서 평소엔 분수에 물을 채워놓을 수 없었지만 성경을 읽는 동안 물소리를 들으며 잠시나마 구원의 샘을 상상할 수 있었지요

물리적으로 신자들과 함께 하는 부활 성야 미사를 드릴 수는 없었지만, 좋으신 하느님께서 지금 이 상황을 통해 우리에게 더 큰 부활의 기쁨과 의미를 주시리라는 것을 믿으며,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갔을 때에는 우리 모두가 지난 삶을 반성하는 마음과 더 큰 기쁨으로 오늘을 돌아보기를 희망합니다. 저희의 간절한 마음이 주님 마음에 닿기를 고대하며 부활 인사를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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